시맨틱 에러: BONUS STAGE (2021)
2021.12.13

 

 

 

내 인생을 바꾼 비엘 소설 천재 작가 저수리의 희대의 역작 시맨틱 에러의 외전이 드디어 오늘! 출간돼서 평균 기상시간 오후 12시인 내가 오전 7시 맞춰서 일어났다. 시에러 옆에 2021이라니 2021이라니!!! 출간 전에 외전 내용 맞추는 이벤트를 하셔서 시즌도 시즌인 만큼 거의 확신하면서 크리스마스 이벤트라고 예상했는데 켜자마자 상상도 못 한 사극 au가 등장해서 시작부터 껄껄 웃으면서 봤다. (마지막에 울 줄도 모르고,,,)

 


秋風長月

임금 장재영과 유생 추상우 자체는 드라마씨디 외전으로 들어갔었던 것 같은데 내가 그걸 한 번 밖에 안 들은 데다 벌써 2년이나 지난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장재영이 임금이라는 것도 생소하게 느껴졌다ㅋㅋ
기억 속 드씨 외전은 장난스러운 분위기였던 것 같은데 이번 외전에 실린건 꽤나 진지한 분위기였음.

장재영은 본편에서도 연상이긴 하지만 신분때문인지 점잖은 면이 부각돼서 정말 멋있었다. 특히 수업이 끝나고 잠에서 깬 추도령 앞에서 논어 읊는 장면은 내가 알던 장재영이 맞냐? 가 절로 나왔다. 전까지 인간말종 취급하다가 이 이후로 사형 대접해주는 추도령도 너무너무 귀여웠다. 추도령은 시도 때도 없이 상소문 날리면서 갓기 면모 뽐내고, 뽀얗고 소년 같다는 묘사도 그렇고 임금장씨가 정말 애기 취급을 해서 한층 더 맛도리✧*.◟(ˊᗨˋ)◞.*✧
본편 "형, 존나 잘생겼어요." 같은 대사나 삼행시도 깨알같이 활용돼서 역시 센스에 감탄했다. 추상우 삼행시 너무 낭만적인 거 아닌가? 사랑 장씨 어디 안 가는구나..

 

추광 찬란하고 시내가 물결치는 밤
상하 법도를 잊고 그대와 노닐자니
우희虞姬와 항우項羽가 부럽지 않구나

 

 


마지막에 잡혀 왔을 때 본인이 진짜 죽을 거라 생각해서(ㅋㅋㅋㅋ) 집에 유서까지 보낸 상우 너무 귀여웠고 추도령 잡아먹으면서 그대와 나는 이제 시작이라는 임금장씨 대사로 마무리한 게 정말 과몰입 오타쿠 스위치 눌렀다. 원래 AU 외전엔 관심 없는 편인데 (특히 사극) 갓수리는 이걸 또 해냅니다... 우선 제목부터 가을바람에 달이 길다? 추하고 장으로 이런 제목을,,, ㅇㅇ앞으로 가을마다 읽어줄게

 

"과인의 마음을 앗아 간 죄가 중하여 네까짓 것이 오천 번을 자결한다고 한들 갚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선비를 만나지 못한 사흘 동안 임금의 몸은 그가 빼앗아 간 마음을 향해 몇 번이나 달려 나가려고 했다. 참는 것은 형벌이나 다름없었다. 일인에게 그 같은 고통을 느끼게 한 대역죄인은 이제까지 온 세상에 없었다.

(중략)

"소신을 벌하기 위해 부르신 것이 아니옵니까? 오늘이 끝인 줄로만 알고, 물건을 모두 처분하고 본가에 유서를 보냈사온데⋯."

"끝이라니, 이 사람아⋯. 이제 시작일세."
"무엇이 시작된다는 말씀이시옵니까?"

임금은 낮게 웃었다.

"그대와 나의 이야기가."

 

 


<1.5> printf(“I love you\n”);

사실 정말 외전이 나올 줄 몰랐었고 (진짜 완벽한 결말이고 작가님도 그걸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 같아서 입으로는 바라면서도 포기했었다.) 보너스 스테이지라길래 가벼운 내용을 예상했었다.
갑자기 결혼식 장면이 나와서 결혼식은 아니라고 했는데? 생각하면서 묘사 보고 눈물 찔끔 흘렸는데 짤 없는 여자 저수리.. 추상우와 꿻뜖씏씨의 하객으로 초대된 김영재씨가 된 장재영의 악몽이었음ㅋㅋ

비록 악몽이었지만 초반에 잠깐이나마 두 사람의 결혼식 분위기를 간접 체험한 것 같아서 좋았고, 또 결혼에 대해 말 그대로 아무 생각도 없던 장재영이 추상우를 사랑하게 되면서 불안을 느낀다는 도입부를 이렇게 풀어내다니 감탄했다. 상우를 기다리며 웃음을 참아보려 하다가 결국엔 활짝 웃는 재영이라던가 '추상우, 당장 내 곁으로 날아와.' 같은 대사라던가. (실제로는 둘이 같이 손잡고 입장했겠지만!)

 

재영은 한동안 입을 다물 줄 모르는 사람처럼 멍청하게 서 있었다. 그러다 꿈틀거리는 입꼬리를 잡아 내리려 애썼지만, 종래엔 포기하게 활짝 웃어버렸다.

심장이 터질 정도로 황홀했다.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행복했다. 조금 과장하자면 오로지 이 순간을 위해서 살아온 기분이었다.

'추상우, 당장 내 곁으로 날아와.'

 

 


이야기는 둘이 사귄 지 122일이 경과한 시점을 그리고 있는데, 장재영은 대강 100일 훌쩍 지났다고 표현하고 추상우는 정확히 122일이라고 묘사하는 게 깨알 같은 천재 포인트였다. (본편도 그렇고 시맨틱 에러는 한번 보면 그냥 넘기기 쉬운 포인트가 많아서 계속 봐도 새로운 게 발견돼서 재밌다.) 꿀잠 자다가 방해받은 상우의 새로운 삼행시도 너무 귀여웠고 꿈 내용에 충격 먹어서 3분 짜장 '조리'해먹은 상우를 더 갈구지도 못하는 재영이도 귀여웠다ㅋㅋ

 

바보도 아니고, 그라고 해서 연애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지 않았다. 굳이 생각하지 않을 뿐이었다. 열렬하게 사랑하는 중에 왜 마지막 페이지를 미리 읽어야 한단 말인가. 누구나 언젠가 죽지만, 사는 동안은 죽음을 걱정하지 않는 편이 합리적이지 않은가.

직선으로 이루어진 고속 도로 같아서 얼마든지 미래가 예측 가능한 추상우의 미래에 재영이 설 곳은 없었다.

반면에 재영의 미래는 갈림길이 수없이 많은 숲과도 같았다. 그에게는 알 수 없는 미래가 아닌 손에 잡히는 현재가 중요했다. 재영은 그를 흥분시키는 것들을 강하게 열망하는 기질을 갖고 있었고, 언제나 다른 것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흥미로운 것에 골몰했다. 그들이 먼 미래에 같은 길을 걸어가리라곤 상상할 수 없었다.

추상우는 늘 그렇듯 잘못한 게 없었다. 하지만 그는 존재만으로 재영을 불안하게 했다. 그건 누구의 잘못일까.

 

 


이 악몽 이후로 장재영의 불운한 하루가 시작되는데, 꿈 내용으로 인해 촉발된 장재영의 불안한 심리를 엉망진창이 되어가는 하루로 표현한 게 시에러답고 재치 있었다. 재영에게 방청소를 권유하고 (이 부분에서 서로 안 싸우려고 노오력하는게 웃겼음ㅋㅋㅋ) 본인은 새로 나온 게임 베타 테스트에 참여하는 상우와 방청소 안 하고 저건 내 창고라고 발언하며 옆에 붙어있다가 게임 존나 열심히 하니까 삐지는 장재영... 그리고 게임이 끝나고 달래주러 갔다가 별안간 쓰레기 왕국의 왕자가 되고 장재영의 핸드폰 앨범을 구경하는 추상우와 하나라도 지우면 전쟁이라고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 그와의 모든 것이 완벽했으면 해서 사소한 것이라도 망치고 싶지 않다는 로맨틱장 독백까지 버릴 게 없었다 정말! 또 어느새 돌아보니까 핸드폰 쥐고 잠든 상우도 너무 귀여웠다!! 상우 자꾸 스르륵 잠드는 거 진짜 아기 같음( ˃̣̣̥᷄⌓˂̣̣̥᷅ ) 게임 파티원들 닉네임이 <부서진 룩의 반격>과 <보나페티> 등장인물들인데, 쿠인은 현대 사람이라면 정말 저렇게 말할 것 같았고ㅋㅋㅋ 체스터는 평생 'csw님 진심 개쩔어요......' 같은 말 안 할 것 같아서 웃겼는데 성이 무려 '코튼필드'!! 여서 별안간 가슴이 따뜻해졌다. 진짜 쳇엘은 전설이다...

 

한없이 조심하게 되었다. 그와의 모든 것이 완벽했으면 해서, 사소한 것이라도 망치고 싶지 않아서.

재영은 추상우와 함께 마음 한구석에 작은 두려움을 들였고, 그 불쾌한 감정은 상황에 따라 축소될지언정 사라지지 않았다. 가끔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서 그를 지배할 때도 있었다. 추상우의 열정이 일시적인 것일까 봐, 몸이 끌리는 화학작용이 끝나고 나면 돌아서 버릴까 봐, 제 이름이 그의 우선 순위 랭킹에서 어느 날 사라질까 봐, 그의 두 눈이 자신을 향해 반짝이는 순간에도 재영은 이따금 흔들렸다.

'추상우, 나를 사랑해?'

 

 


둘이 외출하자마자 운전을 *같이 하는 승용차 때문에 성깔 나오는 장재영, 짜증 났냐고 물어보는 추상우 보고 둔탱이가 눈치챌 정도면 어지간히 티 났나 보다고 생각하는 장재영, 그리고 안 까주면 머리까지 먹는다고 새우 까주는 장재영과 그러면 안되냐고 물어보는 추상우, 운나쁘게도 우연히 마주해버린 전 여자 친구 예비신랑이 견제하니까 '어쩌라고 씨발새끼야'라며 또 성깔 은은하게 드러내는 장재영, 식당에서 나온 후로 정신 빠져서 콘 아이스크림 껍질도 안 까고 입에 넣으려 하는 추상우 등등등 좋은 게 너무 많아서 나열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다...(이미 많이 하셨는데요?)

 

마음에도 형태와 부피가 있다면 재영은 상우의 것을 자신만이 열 수 있는 금고에 넣었을 것이다. 깨어질 수도 날아가버릴 수도 없도록.

이 불안을 그에게 이해시킬 수나 있을까. 나는 늘 여유로운 척해도 사실은 치졸한 인간이라고. 연애가 어떻게 끝나는지 숱하게 경험해 본 나는 네 사랑이 어느 날 식어 버릴까 봐 늘 전전긍긍한다고. 네가 말없이 내게 안겨 주었던 100송이 장미가 시간이 지나자 말라 버린 것처럼 어느 날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게 될까 봐, 이렇게 별거 아닌 내게서 돌아서 버릴까 봐 두렵다고.

'나는 너와는 달리 먼 미래를 예측하는 재주가 없어. 그래서 그런가 봐.'

 

 


집에 들어가자마자 현관에서 상우가 폭주(?)하는데, 여기서 5권에서 언급했던 첫 번째 프로포즈가 나온다. 정말 이 이야기를 풀어주실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너무 감동이었다. 정답률이 낮을만하고 맞추신 분들 진짜 대단하다 리스펙... (친하게 지내고 싶음) 근데 이제 거기에 우는 장재영과 불온한 씬까지 곁들여져서 정말 형광펜도 못 긋고 엄청 집중해서 봤다. 그리고 이 부분부터 로맨틱장 독백이 미쳤음... 그냥 이 부분이 아니라 페이지 전체가 신들린 글빨이다 너무 놀라움... 장재영 독백 장인 아닐 리 없고요? 그냥 눈물만 줄줄 흘리면서 숨도 못 쉬고 읽었다.

 

'우리가 곧 함께 맞을 늦가을에 난 네 손을 잡고 낙엽을 헤치며 걸을 거야.'

'시간이 지나 첫눈이 네 눈썹 위로 떨어지는 걸 보며 네 콧등에 키스할 거야. 뜨거운 태양이 산호를 비추는 군도에서 너와 함께 석양을 볼 거야. 튤립이 가득 핀 들판 한가운데서 너를 안아 줄 거야. 너와 함께 고원이 소를 방목하는 목장과 물개가 보이는 해안도로, 도심의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높은 첨탑과 수십 가지 에일을 시음할 수 있는 오래된 맥주 공장에 갈 거야. 그렇게 너를 계속해서, 끈질기게 사랑할 거야.'

거창한 인생 계획은 없을지라도 재영의 눈앞에 펼쳐진 미래는 현재처럼 빛나고 있었다. 미래를 향한 두려움은 없었다. 늘 그래 왔던 것처럼.

 

 


끝부분에는 식권 두 장 달라는 반가운 지혜와, 본인의 사랑을 비틀린 감정이라 느끼며(ㅋㅋㅋ) 죄책감 가지는 상우,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상우, 좋아한다 말하며 매일 조금씩 연습하고 노력하겠다는(ㅠㅠㅠㅠㅠㅠ) 상우의 독백으로 마무리된다. 외전(5권) 마무리는 장재영이고, 보너스 스테이지(6권) 마무리는 추상우인 것도 너무 좋았다... 사랑한다는 말을 못 해서 사용자 어쩌고, 사각형은~ 이러던 애가 시간이 지나면 사랑한다고 말하는 걸 아니까 더 기특하고 귀여웠다. 서로를 너무 사랑해서 반짝거리는 이 마음이 시간이 지나면 식을까 봐 걱정하는 서툴고 사랑스러운 연인들이 7년 뒤에 그렇게 단단해진다니... 다음에 재탕할 때는 1~4-6-5 이 순서로 읽어봐야겠다! 감회가 새로울 듯( *ฅ́˘ฅ̀*)

 

이 그럴듯한 가설은 새로운 반례를 만나며 깨어졌다. 그 에러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수준을 떠나 아예 그의 세계를 박살 내 버렸으니까.

(중략)

바보같이, 왜 필요한 말을 못 하는 걸까.

"좋아해요, 재영이 형."

상우는 도무지 말이 나오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기호를 입 밖으로 중얼거렸다. 이로써 연습할 것이 하나 더 늘어났다. 그는 아직 연애에 초보라 재영처럼 폭발적으로 사랑을 주는 법은 모르지만, 매일 조금씩 보여 줄 것이다. 그렇게 계속 반복하면 언젠가는 최대치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이번엔 좋은 꿈을 꾸나 봐.'

 

 

 

그리고 저자 후기 보면서 눈물 안 흘리면 싸이코패스다... ps에서 리디 리뷰에 답하신 것도 엄청나게 로맨틱하다... 내가 저분이었으면 오전 7시부터 지금까지 울고 있을 듯ㅠ 2019년에 시맨틱 에러를 처음 만나고 정말 사랑하는 친구들도 만났고 무언가를 열심히 사랑하며 긍정적인 에너지도 얻었는데, 작품이랑 캐릭터 자체도 사랑해 마지않지만 정말 내 인생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준 고마운 작품이라 더 사랑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앞으로 더 좋은 소설을 많이 쓰고 싶다는 저수리님의 말도 정말 기뻤다. 시에러를 사랑하다가 저수리를 사랑하게 되었고 수리님 글은 정말 보석같기 때문임... 정말 알면 알수록(?) 멋진 분이다 마인드도 글솜씨도... 하 정말 시에러를 좋아하게 된 건 큰 행운 같다! 장재영 추상우 평생 사랑해 내가 평생 기억할게🥺❤💚❤💚

 

 

<시맨틱 에러> 저자로서 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하지만 독자님들께서 기억해주시는 한 상우와 재영이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습니다. 여러분께서 제가 만든 인물들을 못다 쓴 챕터 속으로 이끌어 주세요. 은명동과 청문동, 정륜동, 연석동, 서던 캘리포니아를 벗어나 흥미롭고도 지루한 일상, 조화와 갈등, 행복과 절망, 온실과 가시밭길, 사랑, 모험, 어디로든 데려가 주신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제 글과 등장인물들은 상상 속에서 여러분의 것입니다.

저수리 드림

PS. ♥욊젆덦냆듮렶없욦♥

 

 


그리고 다 보고 나니까 이런 게..

 

 

완전 헛다리였는데 정답률이 너무 낮아서 추가 추첨하셨다고 한다🤩 나는 이거 보려고 7시에 일어났기 때문에 내가 받진 못했고 사랑하는 칭구한테 줬다>< 덕분에 따뜻하고 행복한 연말이 되었다💞 항상 이렇게 사람 감동 주고... 죽을 때까지 에러해🥺❤️💚


 

 

 

yunicorn